로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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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3. 22.

    by. 로아비

    목차

      1. 반복되는 싸움, 그 이면에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있다

      결혼 생활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어떤 부부는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하며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반면, 어떤 부부는 비슷한 문제로 계속해서 싸움을 반복한다. 이 반복되는 갈등의 중심에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과 왜곡된 의사소통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순환적 갈등 패턴(Cyclic Conflict Pattern)'이라고 부른다. 이는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라, 내면에 누적된 감정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에는 작은 오해에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의 감정까지 끌어와 싸움의 크기가 커지게 된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서로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갈등이 고착화된다.

      이러한 패턴은 일상적인 말투, 반응 방식, 무시 또는 방어적인 태도에서 시작된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거나,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면서 오해와 감정적 단절이 깊어지는 것이다. 갈등은 반복될수록 피로를 유발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서서히 침식시킨다.


      부부 싸움이 반복되는 이유: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심리적 패턴

      2. 방어기제와 회피, 그리고 대화의 단절

      많은 부부가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보다는 피하거나 방어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단지 성격의 차이라기보다는, 심리학적으로 보면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는 개념에 해당한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적 위협이나 불편함을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 방어는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피하는 듯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회피하고 억누르는 악순환을 만든다.

      예를 들어, 배우자 한쪽이 반복적으로 같은 불만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쪽이 이를 “또 그 얘기야?”, “지금 피곤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라고 반응하면,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무시당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처음에는 서운함이 쌓이고, 이후에는 감정적으로 철저히 단절되는 정서적 단절(emotional cutoff)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부터 부부는 더 이상 감정의 공유가 아닌 역할 수행만으로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이는 서로를 '동료' 혹은 '하우스메이트'처럼 여기게 만들기도 한다.

      더 나아가, 방어적인 태도는 종종 상대방의 감정을 왜곡하여 받아들이게 만들고, 상대의 말에 내 감정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대화가 꼬이게 된다. "네가 지금 나를 공격했어"라는 느낌은 실제 대화의 내용과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왜곡으로 인해 현실보다 과장된 갈등 반응을 유도한다. 문제는 이런 감정의 왜곡이 반복될수록 상대방을 신뢰하기 어렵고, 결국 부부간의 정서적 유대가 약화된다는 점이다.

      결국 반복되는 갈등은 감정의 불균형, 회피, 방어, 무시의 패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감정을 숨기거나 상대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돌리는 태도는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더 키울 뿐이다.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우선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용기와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가 동시에 필요하다.


      3.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의 언어 차이’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서로의 감정 표현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불만을 드러내고자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암시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이처럼 ‘감정의 언어’가 다르면, 아무리 의도를 가지고 말해도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부부의 갈등에서 가장 파괴적인 요소 중 하나로 '네 가지 말의 기사(Four Horsemen)'를 제시했다. 이는 비난, 방어, 경멸, 차단으로 구성되며, 부부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이혼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특히 감정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거나, 상대의 말을 왜곡되게 해석할 경우 이러한 요소가 더 빠르게 관계를 해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정 표현의 정확성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하는 태도다. 내 감정이 우선인 방식은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고, 서로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조율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부부싸움은 습관이 되어버린다. 감정의 언어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의 방식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관계를 개선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4. 감정 조절력 부족과 애착 불안이 만든 악순환

      반복되는 갈등의 근원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의 부족과, 불안정한 애착 형성이 자리하고 있다. 감정 조절력은 단순히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며,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부족한 경우, 감정이 고조되면 이성적인 대화가 어려워지고, 감정에 휩쓸려 말과 행동이 공격적으로 변한다.

      또한, 어린 시절의 애착 경험은 성인기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관계에서 끊임없이 확신을 요구하고, 상대의 작은 반응에도 과도하게 반응할 수 있다. 반면,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갈등 상황에서 대화를 회피하고 감정을 억누르며 문제 해결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이 두 유형이 만날 경우, 갈등은 더 자주, 더 깊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심리학적으로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는 외부 상황이 아닌 내면의 심리적 패턴과 감정 처리 방식에 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감정의 흐름을 조절하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다면, 부부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반응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5. 결론: 갈등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관계의 재정비

      부부 싸움이 반복되는 것은 단순한 성격 차이나 의견 충돌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 감정을 소통하는 기술의 부재,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누적되어 폭발하는 구조적인 패턴 때문이다. 이처럼 반복적인 다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서적 피로감을 더하고, 어느 순간 상대방에 대한 애정보다 회피하고 싶은 감정이 앞서게 만든다. 이를 방치하면, 갈등의 원인은 그대로인데 관계만 점점 더 소원해질 위험이 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갈등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갈등은 어쩌면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고, 어떻게 감정을 전달하고, 어떻게 상대의 말을 듣는가이다. 이를 위해선 자기감정에 대한 인식, 감정 표현의 기술, 그리고 경청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면, 갈등은 감정적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리학에서는 반복적인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정서적 검증(Emotional validation)과 비폭력 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를 제안한다. 이 기술들은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제하는 대신,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대화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 “넌 왜 항상 그래?”라는 비난 대신 “나는 그 상황에서 외롭다고 느꼈어”라고 표현하면, 상대방의 방어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성숙해질수록, 반복되는 갈등은 줄어들고 신뢰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건강한 부부 관계란 갈등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관계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먼저 자신의 감정 습관과 반응을 돌아보는 것, 그리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부터 회복은 시작된다. 사랑은 이해와 조율의 반복을 통해 더 깊어지고, 부부 관계는 그 과정을 통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